유물론 서가의 로맨스

Funny Face, 1957. 서점에 들어와 책도 안 사면서 진상 부리는 일행의 웬 무례한 또라이에게서, 점원이 fall in love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화. 이번에도 오드리 헵번의 짝은 그녀의 아버지 뻘인데,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과했다. 모든 예쁜 장면들은 부자연스런 전개로 찜찜함을 남겼으며, "감정이입"을 주제삼아 내게 "대리불만"을 느끼게 했다. 오드리가 불만을 안 가져서, 내가 대신 불만을 가져줬다고.

"Funny Face"를 몹시 사랑하여 혼자 몇번이나 봤다는 N은 예전에도 이 영화를 틀어놓고 나를 붙잡은 적이 있다. N은 늘 우리가 funny Face를 덜 보았다고 말했고, 그렇게 벼르고 벼루어서 해치웠더니만, 내가 이 영화에서 처음보는 장면이란 단지 파리에서 조가 화보 촬영하는 씬 뿐이었다. 나는 오늘로 핑크 오프닝만 3번째, 영화 전체는 2번 보았다! 대리불만 갖는 영화를 2번이나 보다니. 오드리 예쁘지, 지방시 디자이너 옷 예쁘지, 5~60년대 분위기 좋지. 그렇다고 내가 어여쁜 오드리가 예쁜 옷 입고 나와서 연애하는 그 모든 영화를 다 봐야할 이유는 없다. 오드리 헵번이 그녀가 맡았던 다소 평이한 역할 이상의 자질을 지닌 훌륭한 배우라는 견해에는 동의하지만, 그녀가 출연한 모든 영화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뛰어난 가치를 가진 건 아니다. 그래, 나는 싫은 영화 하나 참고 봐주지 못해서 사람이나 울리는 고작 그 정도 인간인거지.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르게 지닌 속성으로서 유일한 장점은 오드리 헵번의 춤 뿐이다. 비할 바 없이 경쾌한 그녀의 움직임은 순수한 감명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