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픽션 증후군

 편견으로 치부한대도 서양고전음악 전공 주연의 픽션은 거르는 게 현실적으로 편하다. 작품은 조각나고 피아노는 걸핏하면 꽝꽝으로 수사되며 퍼포먼스는 과장된다. 그냥 좋아서 어려서부터 매일 해온 덕후가 무슨 생각하고 사는지, 그게 어떻게 물처럼 심상하고 음악적인 감각인지 알 바 없긴 하다. 그랬으면 전공해버리지.


· 메모리폼, 잘못했어요!
모로 누워 고개가 푹 쳐지면 가위눌린다. 목이 베개 너머로 젖혀지거나 책상에 엎드려 자도 머리가 안 움직인다. 간신히 깨자마자 재차 수면마비에 빠지면 좌절스럽다. 베르베르 마을을 헤메고, 메모리폼에 사과하며 울었다. 전날 메모리폼 찬양을 들으며 내심 신소재라도 대-중-소 정도는 맞아야 쓰겠거니 재었기 때문이다.


· 우주의 침묵
올해 소원 다에시 파탄, 우주가 안 도와준다. 불란서 가는데.

(′∇`)

 울며 올라간 산동네를 벗어난 것만으로 너무 개운해서 역에서부터 웃었다. 도시 빈민에서 도시 저소득인으로, 이제 다시 자기 방이 있는 인간의 삶이다.

 현관문 틈으로 빛이 새는 집에는 결코 세를 들지 말아야 한다. 나무문과 알루미늄 문이 달린 두 집 모두 끝끝내 벌레가 들어 절판본들을 해치고 건강을 망쳤다. 사나흘에 한번 꼴로 앓던 감기 증상이 이사 온 이래 사라졌고, 눈 비빔과 코막힘도 없다. 최고야....다면 왠지 매일 코피가 난다. 걸어다닐 거실이 있으니 너무 좋다....

Quercus palustris

핀 참나무. 버스에서 봤을 땐 좀 특이한 수입 단풍인 줄. 같은 붉은참나무종 루브라보다 잎 가장자리가 깊게 파이고, 도토리도 양파꼴로 몽땅하다. 찐빵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급히 도토리를 주웠다.




The Proposition, 2005

누가 그렸는지 묻고 싶을 만큼 감각적인 장면 구성. 시에라마드레의 황금 이후 이렇게 만화같은 영화는 오랜만이다. 나란한 세 무덤을 훑는 카메라 리듬과 고요한 거리 풍경으로, 오프닝 직후 가능한 최고의 15분을 보여줌. 저걸 갱이라 부르나 싶을 만큼 비조직적 패거리, 현상금사냥꾼의 입으로 전하는 "우린 백인이야, 야수가 아니야."는 기념비적 대사이다.

부서진 룩의 반격 잡담

오늘날 기대한 적 없는 기사문학의 철저한 인간적 추구. 끄적인 것들을 채색해보고 싶지만 재료가 없어 우울하다. 눈 아픈데 내비둘까.







―아, 내 인간성 쓰레기....... 아무래도 록필드 공방이 가장 재미있어... 고슬링 저택에서 주인공의 독백을 빌려, 이해 잘되고 어렵지 않음. 두들기고 썰고 부수고 던지고... 냉병기로 이러쿵 저러쿵 더 했어야하는데.


―검 쓰는 장면 글로 좇는 게 이리 즐거울 줄은 미처 몰랐다. 움직이는 어휘가 좋아서 품새마다 꼼실꼼실 들썩였다. 환영 연회에서 용병을 상대하던 조그맣고 날랜 동세, 해질녘 늙은 사자와의 대련, 바람처럼 날라오는 요하바라 기사수련생의 옷자락과 적의없이 목숨을 다툰 기사단장과의 결투, 주타드 전장에서 쩡 부딪혀오는 도끼에 날 사리는 감각이 와닿아서 설렜다. 기본적으로 한손검이라곤 생각하지만, 프롤로그 같은 상황은 두 손으로 쥘 듯 한데...십자군 즈음의 한손검술은 복원성과도 부족하고, 정점의 양손장검은 한손에도 무리없는 균형이니 막연히 겁나 멋지게끔 상상하고 만다. 그래도 연무장에서 혼자 수련하는 정도라면 확실하게 그려진다.


―틈틈히, 주인공 성격버린 태가 나는 게 왤케 좋지...그럼에도 구름을 동물 모양으로 보는 심상이나 꼬나쥐었다는 우울하고 자조적인 표현, 빌어먹을 새와 접시가 사랑스럽다. 선택적인 양심과 무거운 허무, 한 인간을 이 세상보다 사랑한 극단적 낭만주의, 삶을 무가치하게 만든 질문에 다시 뛰어드는 억누를 수 없는 영혼의 모순. 가끔 아, 정말 머리쓰기 싫어하는구나 싶은 대목이 나오지만...귀여워. 달빛처럼 신묘하게 움직이며 머리보다 빠른 몸을 갖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얼마나 가볍고 싱그러울까. 철퇴가 곤란했던 적 없다던 여상함도 멋있어. 독자 뿌신다!(종려나무 가지 흔들)


―크고 거칠고 실용적인 발론성. 짓기 쉬운 사각망루일까 구석에 낙서한 걸 지나가던 S가 보더니, 그 쪼가리가 내 사후 공개하기 알맞은 기록이라며 호들갑 떨었다. 원형망루 그저 심미적 선호인 줄 알았는데, 시야각 및 구조적으로 방어에 보다 유리해서 유행한 거란다... 실용의 어여쁨을 몰랐던 내가 한심하다.


―거듭 읽으니 새삼 위화감이 드는 게, 란슬롯의 선례가 있고, 사실상 혈연관계가 아니라해도 일단 형제 간에, 상당한 수위인데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모호한 채로 읽어넘겼네...그래놓곤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와 [아나킨 스카이워커]에서 그만 읽을까 멈칫했다니. 전자는 앞으로 연애 비중이 많은지 걱정되어서, 후자는 진지하게 읽을 게 아닌가 놀라서.


―역사에서 정치적 의도와 실리로 해석하는 사건을 로망으로 전환하는 정치적 감각을 가진 로망 속 인물! 심지어 신분도 엄히 따지지 않음. 애가와 영웅담 둘다 좋아한다니, 허허 줄 서야지. 얼마나 많은 사기꾼으로부터 영혼을 감싸는 밤에 굽히지 않고 분노와 눈물을 넘어 희망을 꿈꾸게 하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던가. 가엾은 반...


―귓가에 체크가 들릴 때면 각 상황에서 인물이 어떤 기물로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곤 했다. 백의 킹은 롯시, 충성의 방벽과 소년검사는 나이트, 그리고 향후 몹시 중요한 폰들...정직하고 단순한 룩은 발에 채이는 마이너피스를 빨리 치우고 싶을 뿐 게임에 올릴 생각도 없지만, 그가 간과하는 동안 새로 판 위에 올라간 숨쉬는 말들은 능동적이다. 그는 자책하지만 이들에겐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선과 방벽을 구축하며 중앙을 다투는 게임의 규칙을 스스로 감내할 의지가 있다. 버려진 비숍인 줄 알았던 폰과 끝까지 전진하여 메이저피스로 승격한 폰을 누가 기대했을까. 서로의 파멸을 준비하며 백은 어떤 기물도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지만 운명을 부수려는 흑은 필연적으로 가차없을 뿐. 검은 왕이 백의 간절한 소망을 벗어나는 건 의무이다. 킹은 스스로 체크메이트될 수 없기에 게임의 끝에서 기다린다.


―형장의 노래부터는 쉬어가지 않고는 못읽을 상황의 연속. 어떻게 될지 알아도 힘들다.


―주목할만한 이름은 영어권이지만 비레사, 소비온, 이스크 같은 작명은 너무 예쁘다...특히 수도 이름은 황홀할 정도.


―간간한 풍경묘사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눈에서 내면으로 환기, 평소 선호하는 영국 수필체(?)와 다른 문체인데도 그같이 좋다. 누구나 손꼽을 대목 외에는 밉지않은 거위라든가, 혼바트 시절 주인공과 연꽃 위의 개구리 문단의 정서가 좋다. 사소한 순간조차 한 인간의 생애로서 의미를 갖고, 웅덩이에 처박힌 사금파리처럼 뜻하지 않은데서 운명적 전조가 반짝인다. 천사와 미래, 상이자 처벌인 생일 선물과 뱀의 혀처럼 갈라진 두 갈래 길, '나를 부르는 폭풍우'와 세번째 서임식, 로데오와 승격을 거쳐 물림되는 역사의 트리니타스, 고양이...크고작은 숱한 대조와 상응이 교차하며 주제를 긴밀히 연결한다.


―상대가 뻔함에도 "체스 둘래?"하는 게 설레면서도 웃겼는데, 할말 없으면 차 마시겠냐고 묻는 내 버릇이 문득 떠올라서.


―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는 고전적인 방법~ 이후 오랜만에 꿰였다. 균형을 앗아간 결정문은 예상 밖에, 가장 좋아하는 대사도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주인공의 시선에 동조하면서도 늘 그에게 이입했다. 대놓고 매력을 몰아준 마키아벨리 계열은 기준에 차지 않고 캐붕나기 쉽상인데, 그의 사고원리는 충분히 멀지 않게 그려진다. 감정과 충동을 주시하는 의식과 불안, 무차별한 수단화와 엄연한 규칙성, 도달하지 않은 과거의 자신과 겨루는 운명, 최선과 무회의 일치...자질구레한 소품도 궁금하다. 애지중지한다는 체스는 뭘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차를 어떻게 즐기고, 다기는 무엇을 쓸지, 표리부동한 낯에 곧은 눈, 선도 죄악도 믿지 않는 거침없는 흑의 행마, 제왕적 3/4박자 선율이 어울리는 걸음걸이, 찻주전자를 기울일 때면 뚜껑을 지그시 누를 손마디를 상상한다. 연약한 살덩이에 담긴 필멸의 존재가 세계를 가름짓는 유구한 방식, 체크당한 킹의 무의미한 한칸에 게임 밖으로부터 다가온 기회도.


―책에서 볼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지만, 지도에서 그의 자취를 손끝으로 짚고픈 바람은 하찮은 의문들―수더리 수염 기르나 폴레트 머리모양은 구식일까 등의―이 진눈깨비 속에 사그라들고 정적이 내려앉은 후에도 다시 기어나온 부질없는 덕욕. 발론이 모리겐티아와 접한 북서부 변경, 동부는 대륙의 끝이랬으니 바다겠고, 동부 국경이라는 플로아가 혹시 흑해나 파나마 비슷하게 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리르모도는 아뮬렛을 얻었던 하천 너머 북쪽 방향으로 일단 추정. 고슬링행 때 두통 와서 대충 읽었더니 비레사가 중부 중앙에 있는지, 치우쳐 있는지, 스트라텐은 어느 방향인지 아리송하다. 나중에 다시 봐야지. 비레사 삼면이 고지대로 둘러싸인 평야라 했던 것 같은데, 록필드와는 방벽 방향의 대로가 연결되는 건지 아니면 삼면 사이의 길목인지 베투아르와는 어찌 접하는지...요하바라를 가로지른다는 강이 어떻게 생겼으며, 모검 골짜기의 둑은 어디쯤인지, 나름대로 대강 그려서 만족하려했는데 일개 독자가 고민해봐야 몰라. 젠장.


―일상적으로 평이하고 자연스럽게 중세적. 사냥대회 리본달린 화살과 종자들 나왔을 땐 레알 두근두근했다. 주인공 시점에서 알 수 없는 정보를 액자식으로 끼운 고풍스런 방식이나 건반악기라 퉁치는 세심함도 좋고, 등을 맞대는 동작이 있는 느린 춤과 우마차가 다니는 침울한 야전 묘사도 소중하다. 심지어 판금 아닌 사슬갑옷 중세. 그래서 시종의 희고 곱실한 가발은 좀 의외였지만. 이상한 모자를 만들 필요는 없지. 시대물이라해도 취향이 다 나오는 이야기는 드물다. 요새 이런 걸 어디서 보겠냐고.


―눈송이들의 투신과 성문으로 이어지는 서술도 달빛검의 종장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달과 별도 좋지만...낮이 얼마나 찬란했는지는 밤이 되어야 안다. 포착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흔적. 쥘 수 없는 영원이 빛처럼 멀고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자기파괴 본능에 병행하는 고통은 생존의 방어기제로 묶여있다. 죽어가고 있다는 인지만이 생을 근거하는 상황에서 굳이 고통을 지속하길 택한다면 그건 이 지상에서 죽음의 질량이 죽음보다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책과 관련한 글쓰기를 몹시 싫어하는데 여기저기 떠벌거리고 있다. 뭔가 아니다...토니오 크뢰거는 "왕은 울었어"하고 영업했지만 나는 여기서 침묵해야 옳다. 감정을 상상해낸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 교활한가. 부활주간 종교방송에 멈춰 [3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니다]에 울먹이는 비신자인 한편 비실재성을 방패삼아 타자의 고통을 낭만적 유희로- 생 만큼이나 엄연하고 절대적인 죽음의 선형에 경도되거나 차가운 분리감에 취해 부정한 기쁨을 누린 찬미자로서 나는 평소처럼 좋아야할텐데, 와 잘 읽었다 하고 이야기를 덮고 신나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수없이 이야기를 소비해온 심장이 가라앉는 무게가 낯설다. 고통과 슬픔은 여전히 타자의 것이었으나 침묵은 지켜보는 자의 몫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는 의식의 함몰을 느끼며 우두커니 침잠해 있었다.

...한스 한젠 역시 토니오의 영업이 부담스러웠을테니 저마다 이견이 있겠지만, 모르고 살았을 좋은 작품을 제때 읽어 족하다. 깨졌으면 그 룩은 끝났구만 걔가 뭘 어떻게 반격하냐 신경쓰였음에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소개말에 물러서기를 3번, 본문도 보지 않고 눈을 사렸으니 새삼 망작만 거른 게 아니다. 판타지를 거의 읽지 않아 이에 준하는 작품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나, 크레티앵의 로망으로 떠오르고 맬러리의 아서왕으로 저물었던, 현대엔 그 의미가 바랜 기사문학이 근본없는 일회성 장치를 딛고 개인적이기에 본원적인 인간성의 치열한 추구로 새로 쓰여졌음은 알겠다. 나는 내일이 왜 오는지, 인간이 무엇을 좇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다시없는 시간을 돌아보면 내면의 절실한 지향을 따라간 점들을 잇는 선이 있다. 자취는 바뀌지 않지만 의미는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는 불가하다. 제목에 붙은 약자가 무슨 뜻인지 알지만 막상 봤을 땐 '블?'하고 말아서, 어디에 추천 갈겼다가 주의 표시 안했다고 지적받아 재고해봤는데, 어쩐지 록필드가 불타지 않더라니 솔직히 이 소설은 내가 읽을 만한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언제나 찾길 바랐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그에 관해선 닥칠 필요가 없다. 평소 시간을 돌린 주인공들이 왜 늘 후회하는지 모르겠다고, 갖은 시도가 소용없음을 확인하면 차라리 후련할 거라 여겼던 것도 잊은 채 함께 탄식했다. 현재 리더기 상태로는 한국 ebook 못보니까, 그냥 책 사야할텐데, 펭귄출판서처럼 가벼웠으면. 디자인에 삼각형 들어가면 프리메이...(아님)

lowly noon

탐색 결과 B5 바인더를 위한 가장 경제적인 선택지는 A4 3공 바인더를 구입하여 표지 상하단을 잘라내는 것이다. 리벳과 리벳펀치까지 사서 노동하지 않아도 된다.


액션캣. [스테고키티, 미니마이트]를 검색어로 좋아하는 광고를 찾아보니 1992년 4월 11일 SNL 제공.



이제는 역사시대에 속한 전쟁의 100주년

Our World War, 2014
익숙해지고 만다는 건 지독한 모순이다. 솜 100주년을 상기한 계기마저 이 시각 어떤 전쟁도 아닌 배틀필드1 소식이다. 믿지못할 규모의 국가범죄 증언에 쉽게 지우는 도의적 의무가 허무하다. 정의는 기억 위에 세워지지만 기억만으론 도래하지 않는다. 나는 들을 수 있지만 논할 자격이 없다. 한 인간이 침묵하고 제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현실은 방조된다. 몽스에서 첫 교전 열세로 퇴각시 마지막까지 전선을 지켰던ㅡ천사가 아닌ㅡ기관총사수, 연고지 PAL의 전몰 후 한 낙오병의 진실을 묵과해야했던 총살대원과 1/10 가량만이 귀환했던 전차병 일원의 전언...불가능할 때조차 간절히 바라고, 잿더미 밖에 없더라도 북을 친다. 추에 물려 버둥거리는 듯 무겁고 필사적인 몸짓을 담는 카메라, 부조리함의 포화에 더해지는 클럽 음악. 그저 추모할 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나눠진 무게가 일상 중에 깜박 잊을 정도가 정도가 아니었다면 인류는 존재를 포기했을지 모른다.


The Passing Bells, 2014
생존자 가운데 분명 다수가 훗날 기성세대로서 다시금 동의하지 않은 자들의 미래를 입관하고 말았다. 실제하는 종전 1분 전의 전사자 대신 두 주인공을 마지막 희생자로 꾸며 모든 전몰자들의 상징으로 치환한 말미는 아예 가공으로 창작된 최후보다 망각적인 면이 없지 않다. 갓 앞마당에서 캐온 듯한 리-엔필드, 훌륭한 코트(분명 돌려썼을텐데 뭔가 달라 보인다!), 배경과 촬영이 매우 적절했으나 얼기설기 헐겁고 감상적인 서사에 치중. 논픽션은 언제나 픽션보다 더하다. 적어도 OWW의 외적 만듦새가 이랬어야 한다는 건 알겠다.


The Crimson Field, 2014
설비 재현이 철저한 건 좋았지만 다음 편 보기 싫다.


1:35 조립 모형
참호 속에 몸을 웅크린 한 인간의 형상을 찾지만 투포하거나 총검을 휘두를 뿐.

Psychonauts, 2005

우려했던 일이 사실로ㅡ

Raz는 캠프 입소 단 하룻밤 만에 정식 사이코너츠 대원이 되었다. 2005년작인데 워낙 디자인요소가 훌륭해서 그저 저사양 정도로만 느껴지는 그래픽. 심지어 이벤트 영상보다 인게임 상태가 더 낫다. 밀크맨, 밀라, 사샤, 생선 도시, 포킬롭 귀여워...피그먼트 하나하나 위키로 정리되어 있어 수집이 곤란할 때 참조 가능. 존재를 알게된지 막 5일 되었을까 마침 여름 세일로 90% 할인하여 뜻밖의 이득. 후속작이 기대된다.

The Hour Series 1

토마스 키쉬 캐릭터 쩔어......

Reliure

Methyl Cellulose
Les Colle Neutres
Les Fils de Lin/Signets/Tranchefiles
Fournitures et Matériels
étau à endossure
montage Bradel


Maurice Duruflé Suite, Opus 5


Dark Soul 3

 직접 플레이 않고 인생게임 판정. Irithyll of the Boreal Valley에 홀딱 반했다. 다크소울 시리즈의 오랜 팬인 S는 <급조되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무기 밸런스. 그리고 Magic Sucks>로 평가. 기대했던 모션이 잘려나갔음에도 들고 싶은 디자인의 장검이 아스토라 하나 뿐이기에 그는 욕하면서도 아스토라만 쓰고 있다.

a Certain Slant of Tune

 어느 때보다도 SIFI스런 얘기가 주변에 오간다. 기계반란을 우려하기엔 인간끼리도 여태 싸워서 새삼스럽다. 진정 인간보다 나은 지성이 늘 지켜보며 따뜻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면 차라리 유감없겠지. 기술을 소유한 자본이 타락하고 인간에의 이해가 창조적 지식 단계에 이를 때 인류는 기계와 융합한 강력한 존재로서 꿈에 그리던 디스토피아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래머인 S는 실직을 걱정하는 동시에 블레이드 러너의 근사한 시궁창을 떠올리며 설레여했다. 그때가 오면 우린 너무 늙었거나 어쩌면 죽었을거야.

 기계가 만든 음악이 이미 내 취향은 아닐까 찾아봤는데, 바흐를 응용한 인공지능 결과물에서 곧 바흐라면 쓰지 않았을 악구가 나와 창을 닫았다. 바흐를 학습했을 뿐 바흐를 목표로 하지 않았기에 알고리즘 설계자들은 이를 수정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창작철학 예술결정론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 의식없이 행위하는 비관념적 선택에 의한 조잡한 모사는 아무래도 그 방어적 관점을 상기시켰다. 현재 만연한 이같은 수준의 작곡가들이 앞다퉈 일자리를 잃을 건 확실하다.

 고양이를 보고 절망하는 것이야 말로 AI의 최종단계라고 설파했다. "그래, 기계는 귀여운 것을 충분히 창조할 능력을 갖게 될 거야. 하지만 능력이 있다면 비전도 있어야할텐데 고양이는 이미 존재한다고." S는 냥덕은 역시 답이 없다 말이 안 통한다며 웃었다. 컴퓨터와의 대국 결과가 어떻든 바둑기사가 재미있다면 족하리라. 그것이 지난 세기에 인간의 체스가 끝나지 않은 까닭이자 고양이가 미끄럼틀을 타는 근원이다. P.B 셸리는 이 알 수 없는 순수한 즐거움에서 양적 측정 불가한 영혼의 신비를 보았다. 우리도 알지 못하는 그 의미를 언젠가 더 나은 지성이 답할 날이 올까? 충전기가 고장나 얼마나 작동할런지 모르지만 슈만의 작품번호 28, 스크랴빈의 즉흥곡, 마르티누의 심포니를 우그려 휴대전화에 담았다.

발덕잡담

이렇게 말하면 마치 발더스게이트 덕후 같지만 아니다.
꿈에 예고생들 사이에서 테레쉬키나 인기가 아주 좋았다. 전혀 전공자처럼 생기지 않은 학생이 내 비행기 좌석 부근에서 발레동영상을 틀어놓고 수다 떠는데 오브라쵸바 이름을 들으니 어찌나 솔깃하던지 초면에 그만 덕토크를 해버렸다. 제냐 쨩 됴음!!! 쵝오얌!!! 이렇게 짝짜쿵하다가 러시안발레비디오 유튜브 계정 정지되었던 거 기억하냐/그랬었나/게르기예프더러 흑마법사라며/아 그거ㅋㅋㅋ/옥사나 스코릭 프린시펄이니?/몰라 관심없어서. 비중은 프린시펄급임. 관심 안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마린스키에서 하도 후하게 쳐줘서.../스테파노바는 제쳐두고....../그나마 폴드브라가 가장 예쁜 애였는데/노비코바 팔동작 좀 이상해지지 않았?...쬬바 인터뷰....../

등등을 얘기했다. 알고보니 그 애는 레오타드 차림이었는데, 잠에서 깨고나니 현실에선 쬬바 얘기하는 사람 봤다고 들떠서 따라가거나 방심해서 응헠걐걐 떠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Finding Vivian Maier, 2013

“I'm the mystery woman.”

롤라이플렉스를 통해 스스로를 150000번 이상 타자화하며 평생에 걸친 예술적 시도를 성공한 인물이, 확인되지 않는 증언으로 기록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할 그 자신만의 비밀스런 영생에 들다. 그는 이런 다큐없이 그냥 사진만 전시하고 싶었을 거 같다. 친구라는 이들 가운데 그가 왜 전시 계획을 접었으며, 왜 작업을 그만두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돌보았던 어린이들과 발이 닿았던 인화소 주인의 발언 외엔 자의적 허상처럼 생각되기도.

이안 반사식 수동 카메라 키트가 있던데, 이 플라스틱 렌즈의 35㎜ 소형 카메라조차도 뷰파인더 상이 너무나 신비로워, 그 속을 계속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Under Tale, 2015

 끝에 그의 존재를 파괴하지 않기로 한 건,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바라서, 우리가 돌아가야할 처음이 그의 자기소개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가능하다면 결코 발걸음하지도 의지도 갖지 않을 것이다.

20160131

문제의 3D 프린터가 온지 두 달째, 나는 아직도 지원팀에 메일을 보내고 있다. 관공서가 보유한 180만원대 기계 또한 내 400$처럼 후지긴 마찬가지였다. 기술초기단계인만큼 비싸도 소용없다. FDM, 이것은 버릴 것이다.


신삼국 다시 보는 중. 공명이 한창 공근을 긁고 있다. 가족구성원 취향이 제각각인데 이건 다들 재미있어 한다. 어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심.


드디어 삭발함!


이따금 두통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한 10~30여분 정도면 생각할 수준은 된다. 그저 엎드려 기다린다.


한파가 오기 전에 누수 시작한 윗층 수도관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Dear Lucy

"피터…, 촌스러운 이름을 암호로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야."

 그저 프롤로그 가운데 대사 하나가 마음에 걸려 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 인생 웹툰이 됨.

October Sky, 1999

N의 추천 상영. 텀블러 색감의 세련된 영상이라 요즘 나온 줄 알았더니 1999년 개봉작.

전교생이 기피했고 스스로도 친구를 기대치 않았던, 사실상 진학이 불가능함에도 과학적 흥미를 접지 못했던,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매진해왔던 퀜틴이 뜻밖에 첫 과학적 공동체를 가졌을 때의 조심스런 설렘을 가슴에 새 모양으로 뛰는 듯 느끼며 지켜보았다. 로켓 연료에 대해 조언했던 것처럼 화학적 직관을 살려 훗날 화학자가 되었다니 잘 되었꾸나. 엔딩에 이은 실제 기록 영상의 아련한 희열이 시공을 선회하며 신호하는 듯 하다.



on way to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