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ale, 2015

 끝에 그의 존재를 파괴하지 않기로 한 건,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바라서, 우리가 돌아가야할 처음이 그의 자기소개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가능하다면 결코 발걸음하지도 의지도 갖지 않을 것이다.

 몰살과 불살루트가 있다는 정보만 가진 채 개시했다. S와 나는 토리엘 죽음 직후 재시작한 불살엔딩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접었다. 막판에 제작자가 느닷없이 조악한 포샵질하고 평범한 탄막형 슈팅 퍼부어 깽판쳐봐야 같잖다. 애초에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허용한 행동과 경로만이 가능하고 게임내 반응 또한 일방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플레이어를 평가하려들다니 위선적이다. 얌전히 따라갈 의무를 다한 플레이어의 이름을 더럽히고 기어이 거울에 네 글자를 박아 정체성을 기만하기까지 한다. 제작자가 짜둔 가상의 피조물과 달리 플레이어는 실제로 상처받는다.

 올해의 게임 선정작에 다들 인생게임이랬고, 트레일러가 쩔어서(S는 전투와 스토리가 하나된 진행이라 모든 선택이 의미를 갖는다며 흥분했지만, 나는 대사 읽기 급급한데다 CSS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화면에 정신이 팔려 어떻게 조작하는지도 파악 못했다) 기대가 너무 컸었다. 게임 속 세이브-로드의 언급은 괜히 금기가 아니다. 하지만 메타게임 요소가 없었더라면 언더테일은 평범한 친구맺기 게임일 뿐 지금만큼 회자되지 못했을 것이다.

 크리쳐와 조우시 음악은 유쾌했지만 나머지는, 특히 MTT 테마는 참을 수 없었다. 주제와 게임요소의 구조적 조화, 생선전사의 집에서 고전 픽셀 캐릭터의 표현 한계를 역설한 연출과 적절한 전개, 상업 디자인적 완성도가 유독 높게 느껴지는 거미숙녀, 큰 웃음을 주었던 스핑크스 테미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