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o, 1954

 부르크너 같다 싶더니 부르크너. 시대배경와 이탈리아적인 빛 때문인지, 선입견 때문인건지 금관의 세기말적 입자감이 액자식 이야기를 들을 때와 같은 묘한 부조화를 자아냈다. 이 양반도 차마 음악을 잘라내지 못하는 부류인 듯. 어떤 영화는 연주자가 주연이라 콘서트 장면이 극의 절정인데도 연주를 편집해서 몰입을 방해하는데, 비스콘티는 걍 흘러가게 놔둔다.

Biglemoi 춤의 원리

« Le principe du biglemoi, dit Nicolas, que Monsieur connaît sans doute, repose sur la production d’interférences par deux sources animées d’un mouvement oscillatoire rigoureusement synchrone.

Singer Promise 1409

설명서 첫장부터 읽었다가 실 끼우는 과정을 오해함...
재봉틀 개봉하면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윗실걸기가 아니었다.
밑실감기라고, 북집에 들어갈 실토리에 실을 감아야 한다.
설명서 중간부터 그림과 함께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는데 못 보고 삽질했어.

첫번째 실걸개에 두 가지 그림이 있는데,
옆에 1 적혀 있는 방법은 윗실걸기에만, 동그란 부분은 밑실감기에만 쓰인다.


Kingdom of Heaven, 2005...

킹덤 오브 헤븐 2012 감독판
중세인에 대한 현대인의 고정관념 때문일까, 주인공 발리앙 디벨린이 좀 겉돈다. 살라흐앗딘의 관용은 시대를 불문해 감동적인 반면 발리앙의 어디가 그렇게 위화감이 드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 영화에 접근한 의도의 80% 이상이, 주렁주렁 장식한 베일의 에바 그린을 실컷 보고자(...)였는데, 기대에 준하는 차림이 단 한번 나오고서 종반 직전까지 산발이라 욕구좌절......사슬갑옷은 순간이 아쉬울 만큼 아주 훌륭했다. 공방전 구성은 과장되었지만 영화적으로는 무리없음. 전해지는 바로는 기 드뤼지냥의 미모가 예루살렘 왕국을 무너트렸다더니, 여기서는 티베리우스가 성을 떠났기 때문이리라. 그를 따라 나선 이들은 훗날 내가 좋아하는 제복을 입은 구호기사단의 모체가 되었다.

***카라반 약탈 종자들을 벌하는 보두앵4세에 별표. 신의 저주로 여겨지던 병 중에 재위하고, 장님이 되고도 복위가 가능할 정도의 수완과 카리스마를 짐작하기에 충분한 영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