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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디야드 키플링은 비록 또라이에 인종주의자였지만 문장은 작가다웠고, 취향 밖이었던 우리 마을이나 덤 웨이터도 작품 자체는 좋았다. 그런데 다시 읽지 않으리라 별렀던, 문체도 그저그런 서적들이 수업에 나왔으니 몸서리친다.

달과 6펜스 : 대상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경도된 서술.

주홍글자 : 주인공들을 미화한 나머지 인간적 매력이 씻겨나감. 평범한 여인 헤스터를 고난받는 성녀로 몰아가 이름도 멍청한 딤즈데일과 격을 맞춘다. 목사가 설교단에서 부르짖을 때, 자기부정적 반성으로 성신의 후광이 그에게 머물어 신도들이 그를 흠모한다느니 하는 대목은 짜증을 불러 일으킴. 더하여 닥터 프린을 비롯한 충격적인 작명 감각. 과제 때문에 검색할 때 보고만 교수대 여명 삽화에서 세 주연의 시선과 표정에 서린 중세적 삐꾸는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줌.

젊은 굿맨 브라운 : 공동체 반성을 이끌어내기에는 사악한 문체와 한계를 지닌 배경. 종반에 이르러 이성이 마비된 주인공의 의미불명으로 혼미해진 작품의식이 전하는 이원론적 가치 교훈이란!

유리동물원 : 자기복제 성향 작가의 자전적 주인공이 내뿜는 도취성 자기연민. 자기변호적 상황설정과 지시어, 상징까지 동원한 간접적이며 집요한 징징거림. 작가 특유의 감상적인 환유방식(예: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도 개인적으로 불호. 실제 작가의 여동생은 로보토미 시술의 피해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