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빙의

사탕무밭 첼로 소나타 전곡 생 레옹 슈흐 베체흐 실황 DVD. 그간 저 연주 중계 레코딩을> 중계한 방송을> 녹음한> 음원을 애청하며 첼로와 피아노의 관계를 얼마나 망상(...)했던지, 막상 고화질 동영상이 생기니 황송해서 집중이 안되었다. 그런데 수령 단 하루 만에(!) 흠집남. PAL방식이라 컴퓨터에 넣었건만, 모노 스피커로 그걸 두 번이나 들으려던 내가 잘못인가, 손톱으로 긁어도 그런 흠은 안 생길텐데, 괘씸한 기계놈아 어찌 그리 세게 콱 찍을 수 있단 말이냐...


역시 글자와 일부 도안 외 본래 디스크 표면 그대로 남겨두는 디자인인데,  도안 없는 부분 데이터 보호를 위해 표면 마감 처리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봐서 심쿵. DVD와 같은 자리에 상처라도 난 듯 가슴이 아리고 오그라든다.

더 많은 죽음만이 세계를 갱신한다.

꿈에 나온 총기소지규제 호소 방송에서, 나는 프로그램 제작자인 동시에 총기사고로 죽은 10대 소년이었고, 그의 양육자이자 시청자였다. 프로그램 요지는 걍 총을 갖고 있지 않았어야 했다는 건데, 당사자가 되고 나니 총기 사용 미화 여지가 있는 창작물도 신경쓰이기 시작하고 찬반 여부 관계없이 엮여있는 모든 이해관계에 신물이 났다. 우리가 인간의 본성에 희망을 갖는 동안 누군가 죽어간다면, 그 희망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Ave verum corpus K618

페쎄쎄베 황금기를 이끈 피에르퐁 시절 영상. 100주년 기념 DVD로 추정되는데 내가 검색을 잘못했는지, 공홈에는 없음.


레퀴엠과 같은 해 쓰여진 작품. 가발 쓰던 시절 음악답지 않게, 얼핏 들으면 19세기 후반 내지는 20세기 초반 작품으로 생각될 만큼 후대의 경향으로 쓰여져서 몹시 묘한 기분이 든다. 이외에도 이따금 시대를 앞서간 듯한 작품이 있긴 하지만, 이 모테트는 아무래도 그 가운데서도 돋보임. 기악 위주로 모차르트 좀 들어봤다는 사람 놀려 먹을 수 있다하면 과장이려나. 차이콥스키가 편곡하여 모음곡으로 쓴 바 있다.

학교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조끼가 포함된 정장에 트렌치 코트, 합창단복 차림이 진리임을.
N은 학교에서 캐리 그랜트의 '캐' 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웅변했다.
후돌퐁과 두 솔리스트를 그랜드 피아노 모형과 함께 세트로 갖추어야겠다고 다짐한다.